여름철 발생 배경과 전망은..평시 전환 하루 만에 항원 검출 지난겨울 혹한 날씨 이어지며, 철새 개체수 늘고 북상 지연돼 “계절 상관없이 항시 방역해야” 충남 서산 육용오리농장에서 14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2003년 고병원성 AI가 국내에 처음 보고된 이후 발생한 1366건 중 여름철 발생 사례로는 49번째다. 이례적인 여름 AI 출몰로 기후변화에 따른 가축전염병 발생 양상이 크게 달라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농가의 방역 의식도 이에 맞춰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 “평시 전환 하루 만에…” 방역당국 ‘당혹’ = 정부가 13일 고병원성 AI 방역체계를 평시로 전환한 지 하루 만인 14일 서산 육용오리농장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됐다. 해당 항원은 15일 고병원성으로 최종 판정됐다. 고병원성 AI 중앙사고수습본부는 ‘AI 방역실시요령’과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라 AI 위기경보단계를 15일부터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 조정했다. AI 위기경보단계는 관심·주의·심각 단계로 구분된다. ‘주의’에서 ‘관심’ 단계로 내려간 지 하루 만에 재격상되면서 발생 시도 가축방역기관엔 상황실이 다시 차려졌다. 가금농장·야생조류의 예찰, 축산차량 소독 등 방역 조치도 이전 수준으로 도로 강화됐다. 중수본 관계자는 “드디어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끼기도 전에 발생 사례가 나오면서 가금농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담당자들은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기후변화가 여름철 AI 발생 키웠나 = 중수본에 따르면 고병원성 AI의 6월 발생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다. 고병원성 AI는 2003년 국내 최초로 발생한 이후 서산 육용오리농장 사례까지 1366건 발생했다. 이 중 6∼8월 발생한 사례는 단 49건(3.6%)에 불과하다. 22년간 6월에 45건, 7월엔 4건 발생했다. 8월엔 없었다. 방역당국 역시 이례적인 여름철 발생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가리켰다. 지난겨울 유독 추웠던 날씨 탓에 국내 서식하는 겨울철새 개체수가 많아지고, 북상이 늦어진 점이 여름까지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 도래한 겨울철새 개체수는 2023∼2024년 동절기엔 88만3281마리였고, 12월에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24∼2025년 동절기엔 1.1배 늘어난 98만9310마리가 조사됐고, 전년보다 두달 늦은 2월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수본 관계자는 “지난겨울 추운 날씨 탓에 겨울철새의 북상이 유독 늦었고, 특히나 충남지역에서 많은 개체수가 관찰되며 인근 지역 가금농장의 고병원성 AI 발생 건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겨울철새는 이미 북상을 마쳤으나 철새가 논밭 등에 흩뿌리고 간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리 자체의 특성을 원인으로 짚는 시각도 있다. 최강석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고병원성 AI에 걸리면 금방 폐사하는 닭과 달리 오리는 감염됐더라도 감기처럼 앓거나 침울해 보이는 수준에 그쳐 초기 발견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산 육용오리농장 사례 역시 오리를 도축장으로 출하하기 전 충남도 동물위생시험소의 정밀검사 과정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 대규모 확산 가능성 낮지만 산발적 발생 우려 있어 =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고온에선 생존이 힘든 만큼 대규모 확산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산발적인 발생 가능성은 상존해 여름철에도 농가의 차단방역 활동이 계속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열대기후인 동남아시아에서도 발생 사례가 나오는 것을 고려할 때 고병원성 AI가 계절성 감염병이라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농가에서는 이제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시 방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하 ⇒ 원문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