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지역, 전국 평균보다 낮아..‘청정지역’ 인식이 방역 소홀로
부작용 우려에 암소 미접종 가능..“백신 주기 단축해 면역 올려야”
올해 구제역 진원지인 전남 영암이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항체형성률이 최하위권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에 구제역이 오랫동안 발생하지 않아 지역농가에서 안전불감증이 팽배했던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또한 백신접종 간격을 기존 6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해 면역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 영암 항체형성률 최하위권, 예견된 인재? = 1934년 이래 한 번도 구제역이 나오지 않았던 전남지역의 발생건수가 19일 오후 8시 기준 12건에 달했다.
전남 가운데 특히 영암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은 전국 시·군·구 중 최저 수준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정지역이란 믿음에 취해 느슨해진 방역의식이 화를 키웠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남의 항체 형성률은 96.5%로 전국 평균(97.3%)보다 0.8%포인트 낮다.
전남 안에서도 구제역이 다수 발생한 영암(11건)은 92.3%에 그쳤다.
항체형성률은 전체 사육마릿수 중 구제역 항체를 가진 개체의 비율을 뜻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구제역방역과 관계자는 “방역은 최소가 최대를 결정짓는 이른바 ‘최소율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면서 “항체형성률이 매우 낮은 지역에서 구제역이 집중해 발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그동안 지역에서 구제역이 터지지 않았다 보니 대규모 농가를 중심으로 구제역 방역에 소홀했던 것 아니었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농장주 신고가 늦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단기간에 특정지역에서 구제역이 빠르게 퍼진 점에 비춰보면 최초 농가 신고가 7일가량 지연된 게 아닌가 싶다”며 “농가가 의심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이 (해당 농장에) 사료차량이나 외국인 근로자가 자유롭게 드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 암소 다수 걸려, 농가 의도적으로 접종 안했나? = 확진 판정을 받은 소 가운데 암컷 비율이 압도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농협의 방역 담당자는 “구제역 양성 소 중 5분의 4가 암소”라고 지적했다.
전남지역의 한 수의사는 “구제역 백신접종 과정에서 임신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유산·사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이 같은 부작용을 경험한 농가가 암소 접종을 의도적으로 건너뛰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제1종 가축전염병인 럼피스킨에 대한 강력한 방역 정책이 구제역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전남 무안의 한 한우농가는 “럼피스킨에다 구제역 백신까지 같이 접종하다보면 부작용이 배가된다”면서 “당장 급한 불인 럼피스킨 백신은 맞히고, 구제역 백신은 생략한 농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제역 ‘3월 취약설’이 들어맞았다는 말도 돈다.
영암의 한 생산자단체 관계자는 “정부의 백신 일제접종 시기는 4·10월이지만 접종 후 항체 유지기간은 5개월 안팎이라 3월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며 “백신 주기를 5개월로 단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제역 바이러스 변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견해에도 무게가 실린다.
동물의약품분야의 한 관계자는 “구제역 일곱가지 혈청형 중에 전남에서는 O형만 검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이웃한 중국에 퍼져 있는 ‘아시아1형’과 결합해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면서 “변이 방향성에 맞춰 백신 정책을 탄력적으로 펼쳐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 하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