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이용률 저하 11조 손해”

탈원전 정책이 전기료를 올렸다고 주장하는 쪽은 문재인 정부의 낮은 원전 이용률을 근거로 내세운다. 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던 지난 2017년에서 지난해까지 원전 이용률은 71.5%로 이전 5년 평균 이용률(81.6%)보다 약 10.1%포인트 낮다. 2006년~2011년 평균 이용률(91.5%)과 비교하면 20%포인트 더 떨어진 수치다. 

원전 이용률이 줄면, LNG(천연액화가스) 발전 등 연료비가 비싼 발전원을 쓸 수밖에 없어 한전 재무부담이 는다. 지난해 LNG(121.7원/㎾h) 발전의 평균 정산단가는 원전(56.1원/㎾h)의 두 배가 넘었다. 같은 양의 전력이라도 LNG로 만들면 원전 보다 두 배 넘게 비싸게 사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주한규 서울대 핵공학과 교수는 문 정부 임기 동안 원전 이용률 저하로 인한 손실액이 5년간 약 11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문 정부 이전 5년 원전 이용률(81.6%)을 문 정부 임기 동안 유지했다고 가정할 때, 줄일 수 있었던 LNG 발전 비용을 계산한 금액이다. 올해 1분기 한전의 영업손실(7조7869억원)을 뛰어넘는다.

탈원전과 전기료 인상이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최근 원전 이용률이 다시 과거 수준으로 올라갔다는 점을 지적한다. 2017년 문 정부 취임 후 지난해까지 원전 이용률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는 다시 과거 수준으로 회복했음에도 한전이 적자를 본 것은 국제 연료 가격이 오른 탓이란 설명이다.

원전 이용률 저하와 탈원전 정책의 연관성을 놓고도 이견이 있다. 탈원전 정책을 전기료 인상 원인으로 지목하는 쪽은 문 정부 임기 동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가동에 미온적이면서 원전 정비 일수가 불필요하게 늘었다고 지적한다. 

주 교수 계산에 따르면 과거 원전 정비로 인한 1기당 정지 일수는 52일이었지만, 문 정부에서는 103일로 약 2배 가까이 늘었다. 평균 정비 소요 일수도 기존 2.5개월에서 5.5개월로 대폭 증가했다. 2017년 4월 정비를 시작한 한빛 4호기의 경우 공극발견을 이유로 5년이 지난 지금도 정비를 끝내지 못했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과 전기료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쪽은 원전 이용률 저하는 노후 원전의 관리 부실로 정비 기간이 길어진 탓이지,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정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