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전략 핵심 ‘농촌 태양광’ 주목…농경연이 제시한 과제는

발전 설비 우후죽순 설치 문제

농지의 공익적 가치 고려 부족 농식품부·환경부 등 합심해야

인허가 복잡하고 관리 힘들어 위탁 비용 발생…개선 필요성

고정가격 계약 확대 등도 시급

정부가 구상하는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으로 농촌 태양광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50년 전체 에너지의 56.6∼79.8%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그중에서도 태양광 비중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하지만 농촌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최근 ‘탄소중립, 농촌 태양광의 이슈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농촌 태양광을 둘러싼 논란을 살피고 과제를 제시했다.

농촌 태양광 설치에 따른 문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통해 이미 농촌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통해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을 2017년 5.7GW에서 2030년 36.5GW로 늘리고, 이 가운데 10GW는 농촌 태양광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농촌에 태양광 발전설비가 우후죽순 설치됐고 ▲농지 전용에 따른 경지면적 감소 ▲임차농의 영농활동 지장 ▲태양광발전 판매가격의 지속적인 하락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농경연은 농촌형 태양광의 대안으로 제시된 영농형 태양광도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영농형 태양광은 작물 재배와 태양광발전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농촌형 태양광보다 인허가 단계가 복잡하고 농산물 품질이 관행보다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의 설치조건 완화를 다룬 농지법 개정안을 두고도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과 관련한 농지법 개정안은 현재 4건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이에 농경연은 농촌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려면 농림축산식품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부처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자 농촌 태양광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경제성 논리가 주를 이뤄 농지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태양광 설치와 관련해 농가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태양광 설치 관련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다보니 농가들이 이를 대행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부 피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후에도 농가들은 설비를 관리할 역량이 부족해 시공업체에 수수료를 부담하고 관리를 맡기면서 새로운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농경연은 참여농가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 고정가격 계약 확대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태양광발전 판매가격의 기준이 되는 계통한계가격(SMP)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정가격 계약제도가 도입됐지만, 적용 대상 용량은 한정돼 있다. 전체 농촌 태양광발전에서 고정가격 계약제도가 적용되는 비중은 2018년 20.3%에서 2020년 28.6%로 약간 상승하는 데 그쳤다.

중장기적으로는 농촌 태양광을 판매용뿐 아니라 농업·농촌에서 직접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농경연의 지적이다. 연구진은 “농촌 태양광에 지역주민이 반감을 갖는 데는 농촌에 여러 비용을 발생시켜 생산한 전력이 도시나 다른 산업분야에 이용될 것이라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깔려 있다”며 “탄소중립 추진의 일환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 폐지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농업·농촌의 에너지 자립기반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하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