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갑자기 빈대떡이 먹고 싶어졌다.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반죽을 만들어 기름을 두른 후 부쳐내었다. 분명 맛있기는 한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단골 전집에서 시켜먹던 빈대떡보다 풍미가 조금 약하다고나 할까.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이라 바로 한식 요리사분께 여쭤봤다. 그랬더니 그 비결은 다름 아닌 기름에 있었다.

제가 자주 하는 튀김처럼 부침의 경우도 보통은 식물성 기름을 사용한다. 기름에는 식물성 기름, 동물성 기름, 그리고 석유라고도 불리는 광물성 기름이 있다. 기름이란 물보다 가벼우면서도 불이 잘 붙는 물질을 의미하는데, 모든 기름이 다 식용은 아닌 것이다.

식용으로 사용되는 식물성 기름은 한자로는 유(油)라 하는데, 옥수수유, 카놀라유, 대두유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동물성 기름의 경우는 지(脂)라고 하며, 돼지에서 얻어지는 돈지(豚脂), 소기름을 의미하는 우지(牛脂) 등이 있다. 그리고 이 유와 지를 합해 식용유지(油脂)라 부른다.

그런데 이 ‘유’와 ‘지’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대부분의 유는 상온에서 액체지만, 지는 고체다. 지는 유에 비해 포화지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은 서로 잘 뭉치는 성질이 있어 쉽게 고체화가 진행된다. 돈지의 경우 36도 정도는 돼야 비로소 액체 상태로 변하기 시작한다.

포화지방은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긴 하지만 지나친 섭취는 건강에 해롭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동물성 기름을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쉽게 굳어 버려서 많은 양을 사용하면 요리가 식으면서 하얀 기름 덩어리들이 생겨날 수 있다. 이는 시각적으로도 그렇고, 식감이나 맛에 있어서도 당연히 좋지 않다.

그렇다고 동물성 기름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포화지방은 불포화지방에 비해 안정성이 높아 산소에 의한 반응, 즉 산패가 덜 일어나는데, 산패 과정에서 해로운 물질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한편 동물성 기름만의 독특한 풍미는 요리를 더 맛있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볶거나 튀길 때 식물성 기름에 소량의 돈지를 첨가하기도 한다. 저의 단골 전집의 빈대떡이 맛있었던 비결도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기름은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그밖에도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드는 신박한 재주가 있다. 우선 끓는점이 높기 때문에 고온의 조리가 가능한데, 그러면 식재료에 포함된 성분들의 화학반응이 활발해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량의 맛과 향성분들이 만들어진다.

또 다른 재주는 용해성, 즉 녹이는 성질이다. 조리하면서 만들어지는 맛과 향성분들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공기 중으로 쉽게 날아가 버린다. 그런데 기름은 이것들을 녹여내어 계속 붙잡아 둘 수 있다. 맛과 향성분들을 더 많이 그리고 더 오래 느낄 수 있으니 요리가 한층 더 맛있어질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단순히 요리의 조연 정도로만 생각했던 기름이, 어쩌면 요리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하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