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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다시 뜨는 프라이드 치킨, 한국식이 가장 혁신적 등록일 2013.09.02 19:28
글쓴이 앞선넷 조회 826



내쉬빌 ‘프린스의 핫 치킨 쉑’ 스타일 매운맛 치킨.

지금부터 10년이나 20년전쯤 2013년에 유행할 ‘잇 요리(It dish)’가 뭔지 내기를 했다면 과연 프라이드 치킨에 돈을 걸었을까? 구식에, 주로 가난한 흑인들이 즐겨먹는 뭔가 없어보이는 이 요리, 먹기도 까다롭고 만들기도 정신없는 이 요리는 한때 미국 남부지방에서 유행하던 것으로 흑인 노예들의 삶과 연관해 어두운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이 모든 난관을 무릅쓰고, 미국 남부 전통음식인 프라이드 치킨이 선풍적인 인기다.

이제 프라이드 치킨은 이 요리의 본고장인 미국처럼 예전과는 사뭇 달라보인다. 록스타 셰프들이 매주 ‘프라이드 치킨의 밤’ 행사로 식도락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정찬으로 유명한 셰프들이 전에는 터벗(가자미의 일종)이나 와규 비프에나 쏟던 정성과 관심을 프라이드 치킨에 쏟고 있다. 모더니스트 셰프들도 그 옛날 남부에서조차 꿈꾸지 못했던 악마같이 교묘한 솜씨로 프라이드 치킨을 재해석하고 있다. 몇몇 대식가들에게나 알려졌던 지역별 프라이드 치킨 조리법도 이젠 인스타그램을 통해 널리 전파되고 있다. 무엇보다 혁신적인 건 한국인 이민자들의 손에서 탄생한 프라이드 치킨이다. 매콤하고 바삭하고 중독성 짙은 그 맛에 남부 전통 조리법이 울고 갈 정도다.

저명한 프라이드 치킨 연구가이자 미시시피대 남부음식문화연맹(SFA) 존 엣지 대표는 “프라이드 치킨은 과거엔 시골지역에서 많이 먹던 음식이지만 현대사회에서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프라이드 치킨은 뼈에 붙은 고기를 손으로 들고 뜯어먹는 원시음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남부 출신이든 아니든 사람들을 묶어주는 힘이 있다.”

Iain Bagwell for The Wall Street Journal
전통 남부식 치킨.

조리법도 극히 간단하다. 1824년 출간된 미국 최초의 요리책인 메리 랜돌프의 ‘버지니아 주부’에는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닭을 프리카세(가늘게 썬 고기 스튜 또는 프라이)용으로 토막낸 후 밀가루에 묻혀 소금을 뿌리고 끓는 돼지기름에 넣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튀긴다.” 너무 간단해서 트윗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프라이드 치킨이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바로 이런 느긋한 스타일의 레시피 때문이다. 특히 노예와 그 후손들이 고향 아프리카를 떠올리게 하는 새콤 달콤 매콤한 양념을 첨가해 먹으며 일종의 ‘소울푸드’로 영혼의 허기를 달랬을 남부에선 말이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인가 남부 주부들이 일요일 저녁 가족식사용으로 밀가루와 버터밀크를 섞은 반죽에 묻힌 프라이드 치킨을 즐겨 만들기 시작했고, 또 어느 시점에 와서는 턱수염을 기른 커넬(KFC 할아버지)이 압력솥에 넣어 빠른 시간에 조리하는 레시피를 개발해 전후 이동이 잦은 미국인들을 위한 테이크 아웃 전문 레스토랑에서 팔기 시작했던 것이다.

Jessica Sample for The Wall Street Journal
한국식 치킨.

마치 그레이비 소스처럼 프라이드 치킨을 에워싸고 있는 문화적 역사에 매료됐다는 유명 셰프 립튼 홉킨스는 “프라이드 치킨은 미국인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전통 음식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주방과 전통 속에서 프라이드 치킨이 뿌리내릴 수 있었던 요인은 개별 요리사들이 가미한 새로운 조리방식이라고 믿는다. “사용하는 테크닉도, 선호하는 것도 무수히 많다.”홉킨스 자신은 남부 조리법을 기본으로 땅콩기름 3컵, 돼지기름 1파운드, 베이컨 ½ 파운드, 버터 1스틱 등을 사용하는 ‘디오니소스식(질펀하게 먹고 마신다는 뜻)’을 따른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턴 셰프 숀 브록은 땅콩기름 대신 수년간 숙성시킨 햄을 사용한다. 애틀란타 셰프 아샤 고메즈는 인도 남부 출신답게 커리향을 첨가한 ‘케랄라식’을 선보인다. LA 레스토랑 ‘로스코에’와 로스코에를 흉내내는 많은 레스토랑들에서는 옆에 와플이 있어야 진정한 프라이드 치킨 요리가 완성된다.

이들 전통 중 가장 단단하게 뿌리내린 것은 2차대전 발발과 함께 흑인들의 대이동 경로를 따라 남부에서 북부로 확산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조리법이다. 이 소울푸드의 유산 가운데 으뜸은 뭐니뭐니해도 내쉬빌 소재 ‘프린스의 핫 치킨 쉑’이다. 주인인 앙드레 프린스 제프리스 일가 외에는 아무도 입에서 불이라도 뿜어져 나올 것 같은 강렬한 매운맛의 비결이 뭔지 모르지만 단골들은 레시피의 정체는 개의치 않는다. 게다가 이 허름한 가게는 다른 동네에서 온 뜨내기 손님이 아니라 내쉬빌 주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Nicole Franzen for The Wall Street Journal
모더니스트 치킨.

남부와 북부를 총망라해 미국 최고의 셰프 대부분은 프라이드 치킨에 자신만의 특별한 존재감까지 덧입히려 한다. 뉴욕 ‘리스토란테 링컨’의 셰프 조나단 베노는 “벨벳팅”으로 알려진 광둥식 테크닉을 사용한다. 얇게 저민 뼈없는 닭다리에 후추로 양념한 빵조각들이 잘 늘러붙기 하기 위해 닭고기를 달걀 흰자와 전분에 재우는 것이다. 역시 뉴욕에 있는 레스토랑 ‘페리 세인트’ 셰프 체드릭 봉게리크텐은 탄산수가 든 반죽에 닭고기를 담갔다가 요리한 프라이드 치킨을 홀렌다이 소스처럼 감미로운 스카치보넷 칠리소스와 함께 낸다. 필라델피아 ‘서퍼’ 셰프 미치 프렌스키는 파스트라미 양념에 절였다가 기름에 튀긴 치킨을 피클, 튀긴 무교병과 같이 서빙한다. LA ‘A-프레임’의 로이 최는 미국 남부와 아시아(한국) 조리법을 반반씩 접목한 스타일의 놀라울만치 바삭한 프라이드 치킨을 선보인다.

최는 “미국인들은 프라이드 치킨이 자신들의 전유물인 듯 행동하지만 한국에서의 역사도 그 정도로 오래됐으며 중국에서 프라이드 치킨의 역사는 더 오래됐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해 ‘모모후쿠’의 데이비드 장, ‘610마그놀리아’와 ‘밀크우드’의 에드워드 리 같은 한국계 미국인 스타 셰프들이 각자의 프라이드 치킨으로 열성적인 팬층을 확보한 건 사실이지만 한국인 입맛이 탄생시킨 독특한 프라이드 치킨의 파생버전 “양념통닭”을 찾을 수 있는 건 미 전역 코리아타운들이다. 두 번 튀겨 거의 투명할 정도의 바삭바삭한 껍질에 양념을 입힌 이 한국식 프라이드 치킨은 그 인기가 너무도 커서 교촌과 봉촌 등 몇몇 양념통닭 체인들이 KFC 할아버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한편 KFC는 남부 음식 전문가 엣지 교수가 ‘원시적 쾌락’이라 명명한 “뼈에 붙은 고기를 뜯어먹는” 특징을 잃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앞으로는 뼈없는 오리지날 치킨이 프라이드 치킨 자리를 이어받게 될까?

다행인 건 아직까지는 우리에게 다양한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이다. 뼈가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별 4개짜리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이든 허름한 몰에서 파는 것이든, 할머니가 조리한 것이든 미식가가 조리한 것이든, 소울푸드의 고장 남부식이든 한국식이든 프라이드 치킨은 21세기 미국의 공용어, 철제 프라이팬에 담긴 다양성의 다른 이름이다.

미국 최고의 프라이드 치킨 레스토랑 11곳

물론 이건 100% 주관적이며 어쩌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지금껏 맛본 가장 다양한 스타일의 프라이드 치킨을 포괄하려 노력했다.

1.애틀란타, 유진 레스토랑: 여러가지 동물지방을 섞은 기름에 튀겨낸 치킨.

2.애틀란타, JCT 키친 & 바: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제거한 세련된 도시풍 치킨.

3.내쉬빌, 프린스의 핫 치킨 쉑: 매운 치킨의 지존. 구급상자 지참은 필수.

4.뉴욕, 찰스의 컨추리 팬 프라이드 치킨: 메이슨 딕슨 선 북쪽에선 최고의 치킨일 듯.

5.LA, A-프레임: 남부식도 아니고 한국식도 아닌 로이 최(셰프)식.

6.LA, 로스코에 하우스 오브 치킨 & 와플: 너무도 맛있는 나머지 영화 ‘재키 브라운’에서 어떤 남자는 이 치킨을 먹여주겠다는 약속에 목숨까지 내놓는다.
7.뉴올리언즈, 윌리 매의 스카치 하우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바삭하고 가벼운 식감.

8.켄터키 루이스빌, 밀크우드: 풍미있는 아도보 치킨과 와플 등 로스코에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름.

9. 캘리포니아 욘트빌, 애드혹: 셰프 토마스 켈러 작품. 많은 이들이 미국 최고의 치킨이라 꼽는다.

10. 오레곤 포틀랜드, 컨추리 캣: 소기름에 튀긴 뼈없는 닭 넓적다리. 즉시 방문하시길.

11.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턴, 허스크: 48시간전에 주문해야 하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먹어본 중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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