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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왜 ‘오소리감투’일까? 옛날엔 쓸모없던 가축? 등록일 2016.12.14 16:35
글쓴이 앞선넷 조회 355

알면 더 맛있는 ‘돼지’ 이야기

냉장고·조리기구 확산되면서 삼겹살구이 등 즐겨먹어 중국·유럽도 돼지요리 다채

돼지 장기 사람과 유사해 장기이식용 미니돼지 개발도

동파육 등.jpg

순대 한접시를 시켰는데 ‘오소리감투’가 빠지면 왠지 섭섭하다. 첫입은 말랑말랑하더니 중반쯤 가면 꼬독꼬독, 막바지엔 입안 가득 구수함을 남기는 그 맛. 흔히 ‘돼지의 위’로 알려진 이 부위는 왜 오소리감투로 불리는 걸까? 국어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사연은 이렇다.

족제비과 동물 오소리는 약간의 기척만 느껴도 잽싸게 숨어든다. 1950~1960년대 마을에서 돼지 한마리씩을 잡곤 할 때, 고기를 손질하다 보면 맛있는 돼지의 내장이 오소리처럼 사라지기 일쑤였단다. 더구나 ‘위(胃)’는 한마리에 딱 하나. 그걸 두고 다투는 모양새가 꼭 벼슬자리를 쟁취하는 것과 같아 ‘감투’라는 이름이 붙었다. 자세한 내막이야 어찌 됐든 고기 부위에 별칭을 붙일 만큼 돼지는 우리 민족에게 친숙한 식재료다.

하지만 돼지고기가 한국인 삶의 일부가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조선시대만 해도 돼지는 노동력으론 쓸모없고 젖도 먹을 수 없던 가축. 바깥에 잠시만 둬도 고기색이 거무튀튀하게 변해 자칫 식중독의 위험도 있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은 한민족을 일컬어 ‘돼지 기르기를 좋아한다’고 묘사하지만, 한동안 돼지고기에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속담이 꼬리표처럼 붙었다.

돼지의 위상이 높아진 건 1960년대 후반 기술력과 경제력이 향상되면서부터다. 농촌진흥청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가 흔히 먹는 돼지고기는 <랜드레이스> <요크셔> <듀록> 3품종을 교잡한 것. 한번에 새끼를 10마리씩 낳고, 생후 3개월이 지나면 100~120㎏에 이를 정도로 번식력이 좋은 품종이다. 게다가 지방질이 고루 퍼져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함까지 일품. 같은 시기 집집마다 냉장고가 보급되고, 고기를 바짝 익힐 조리도구가 확산되면서 삼겹살구이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1970년 1인당 5.2㎏이던 돼지고기 소비량은 지난해 35.3㎏까지 늘었으니 격세지감이다.

일찍이 이웃국가 중국은 돼지를 훨씬 다양하게 즐겼다. 실처럼 가늘게 썬 고기를 죽순·파·생강과 볶은 ‘어향육사’와 반죽은 바삭하고 속은 야들한 ‘탕수육’ 등 전통 돼지고기 요리만 100가지가 넘는다. 중국에서 쇠고기는 ‘우육(牛肉)’으로 양고기는 ‘양육(羊肉)’으로 불리지만 돼지고기는 ‘육(肉)’으로 불릴 정도. 북송시대 시인 소동파는 시 ‘저육송(猪肉頌)’을 통해 돼지고기를 예찬하기도 했다. ‘황주의 좋은 돼지고기, 가격은 헐값이네/ (중략)/ 불을 약하게 하고 물을 적게 넣고 오래 두면 저절로 기똥찬 맛이 되거늘.’ 삼겹살을 간장과 향신채소에 조려 만든 요리, 그가 개발한 ‘동파육’은 중국을 대표하는 맛이 된 지 오래다.

유럽 역시 돼지 요리가 다채롭긴 마찬가지다. 소금에 절인 돼지 다리를 자연 건조해 만든 햄인 ‘하몽’은 스페인의 대표 요리다. 최고급은 1㎏당 17만원에 이른다. 독일에서는 껍질을 바삭하게 구운 족발인 ‘학센’과 맥주를 넣고 삶은 ‘아이스바인’이 유명하다. 프랑스도 족발을 달콤하게 조린 ‘오 피에 드 코숑’이라는 돼지 요리를 즐긴다.

칭찬 일색인 맛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돼지에 대한 미신은 선악(善惡)으로 갈린다. 동양 문화에서 돼지는 12간지에 속해 재물과 복을 상징하고, 그리스인들도 돼지를 신성하게 여겨 옥수수 파종기가 되면 농업의 여신 데메테르에게 제물로 바쳤다. 반면 성경에서 돼지는 되새김질을 하지 않아 성스럽지 못한 동물로 규정하고, 이슬람에서는 금기로 치부된다.

미래에 돼지는 새로운 쓰임새로 사람에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해부학적으로 사람과 유사한 돼지의 장기를 활용해 심장을 비롯한 인공장기를 만드는 연구가 활발하다. 2010년 전후로 농진청은 장기이식용 형질전환 미니돼지인 ‘소망이·믿음이’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사람 몸에 이식을 해도 거부반응이 극히 적단다. 그동안 못생기고 더러움의 대명사로 불리곤 했던 돼지, 이쯤 되면 그 ‘오명’을 벗겨줘야 하지 않을까?(nong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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