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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두부는 꼭 간수로 만들어야 할까? 등록일 2015.02.10 07:43
글쓴이 앞선넷 조회 666

식품에 대한 엉터리 정보로 시청자들을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어느 종편의 식품 고발 프로그램의 폐해가 극심하다. 이번에는 두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비양심적인 두부 제조업자들이 전통적인 천연 재료인 ‘간수’ 대신 대형 종이 포대에 들어있는 ‘글루코노델타락톤’(GDL)이라는 하얀 분말을 이용하고 있다고 법석을 떨었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식품·보건 전문가들의 전문성도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GDL이 식약처를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식품안전 관리 기관이 공식적으로 안전성을 인정한 식품첨가물이고, 사실은 서양에서 오래 전부터 치즈 제조에 사용해왔던 천연 재료라는 사실은 인식조차 못했다.

오로지 이름이 길고 낯설다는 황당한 이유만으로 GDL이 인공합성 물질이라고 우기면서 그런 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재료가 몸에 좋을 수가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식품과학의 진짜 전문가들이 입장에서는 정말 어처구니없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부를 만들어주는 응고제
두부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단백질·지방·철과 같은 중요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훌륭한 전통 건강식품이다. 중국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진 두부의 인기가 이제는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두부는 식감이 독특하고,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고,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다는 것이 인기의 비결이다.

더욱이 두부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 물에 불린 콩을 맷돌이나 분쇄기로 곱게 갈아서 충분한 양의 물을 넣고 뜨겁게 가열하는 것이 시작이다. 콩의 약 40퍼센트를 차지하는 글리시닌과 같은 단백질이 물에 충분히 녹아나온 후에 콩비지를 걸러내고 남은 콩물(豆乳)에 응고제를 넣으면 된다. 물에 녹아있던 단백질이 엉겨 붙어서 만들어진 부드러운 순두부를 적당한 틀에 넣어 굳히기만 하면 두부가 완성된다.

응고제는 아미노산이 길게 연결된 사슬 모양의 단백질 분자들이 서로 엉겨 붙도록 해주는 화학물질이다. 식약처가 인정하는 식품첨가물인 황산칼슘이나 황산마그네슘이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해왔던 응고제다. 물에 녹아들어간 칼슘이나 마그네슘 이온이 전기적 인력을 통해 단백질 사슬을 끌어당겨서 서로 뒤엉키도록 만들어준다. 물론 두부 제조에 사용하는 응고제는 충분히 위생적이고 깨끗하게 생산한 것이라야 한다. 원칙적으로는 식품첨가물공전에 등록된 탄산칼슘도 응고제로 쓸 수는 있다. 그러나 대리석을 빻아서 ‘공업용’ 탄산칼슘을 응고제로 쓰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콩물을 pH(수소이온농도지수) 4~6 정도의 약산성으로 만들어주는 응고제도 있다. 역시 식품첨가물공전에 등록된 아세트산이나 구연산을 쓸 수 있다. 그런 응고제를 사용해서 만든 두부에서는 식초(아세트산)나 레몬(구연산)의 맛이나 향기가 난다. 물론 그런 맛을 즐기는 소비자도 있다. 포도당을 누룩곰팡이(아스페르길루스)로 발효시켜서 만든 글루콘산을 쓸 수도 있다. 글루콘산은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치즈 제조에 사용해왔던 익숙한 응고제다.

종편에서 법석을 떨었던 ‘글루코노델타락톤’(GDL)은 천연 응고제인 글루콘산을 하얀색의 고운 분말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더욱이 GDL을 응고제로 사용하면 두부의 질감이 거의 젤리와 같은 수준으로 부드럽고 연하게 된다. 요즘 식품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연두부’를 만들기에는 더 없이 좋은 응고제가 된다는 뜻이다. 이름이 낯설다는 이유만으로 그런 GDL을 사용하는 두부 제조업자를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간수는 식용이 아니라 산업용으로 활용해야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분자로 구성된 화학물질이다. 요즘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너무나도 평범한 상식이 종편에서는 도무지 통하지 않는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두부 제조에 사용해왔던 ‘간수’도 예외가 아니다. 간수는 물에 잘 녹는 염화마그네슘·황산마그네슘·염화포타슘·브로민화마그네슘이 섞여 있는 소금물이다. 사실 간수는 식약처의 식품첨가물공전에 등록된 식품첨가물은 아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워낙 널리 사용되어왔기 때문에 사용을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

간수를 만드는 방법은 놀라울 정도로 허술하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습기가 많은 곳에 장기간 보관해둔 낮은 품질의 천일염에서 조금씩 흘러나온 짜고 쓴 맛이 나는 소금물을 모아서 만든다. 천일염전의 소금 저장 창고에서 흘러나온 간수가 ‘친환경 천연 간수’로 유통되기도 한다. 좋은 품질의 소금을 얻기 어려웠던 시절에는 소비자들이 쓴 맛이 나는 값싼 천일염을 의도적으로 습기가 많은 곳에 쌓아두어 간수를 빼야만 했다. 그런 침출수를 무심히 버리지 않고 두부 제조에 활용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높이 평가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간수의 생산 공정을 위생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고, 간수의 화학적 성분을 정확하게 통제할 수도 없다. 두부 제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물질을 완전히 걸러낼 방법도 없다. 완전히 정제된 간수는 물과 똑같이 무색투명해야만 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간수가 맑고 투명하지 않다는 사실은 간수에 상당한 양의 불순물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품질이 나쁜 천일염을 물에 다시 녹여서 순도가 높은 정제염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간수의 경우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그런 간수는 식용 두부 제조보다 산업적으로 유용한 원료를 얻는 일에 써야 한다. 실제로 내화제·내화벽돌·도가니 등에 사용되는 마그네시아(산화마그네슘)를 만드는 데도 간수를 사용한다. 역도 선수가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해 손에 묻히는 하얀 가루도 마그네시아다. 전통이라는 알량한 이유만으로 소금 가마니 밑에서 흘러나오는 침출수로 만든 두부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굳이 간수로 만든 두부의 식감을 좋아한다면 위생적으로 생산된 식품첨가제인 황산칼슘이나 황산마그네슘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조선. 이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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