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코해태' 설립해 한국 진출 / 일본 글리코사 에자키 CEO

일본 오사카 최대 번화가인 도톤보리에는 78년의 역사를 가진 대형 광고판이 있다. 두 주먹을 하늘로 뻗은 채 뛰어오는 마라토너의 모습이 담긴 높이 25m짜리 광고판이다. 오사카에서 창업한 일본의 과자 제조업체 글리코사가 설치한 이 광고판은 1935년 이후 줄곧 같은 자리를 지키며 ‘오사카의 자존심, 글리코 아저씨’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창업자의 3세로 글리코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최고경영자(CEO)는 에자키 가쓰히사(江崎 勝久·72) 사장이다. 에자키 사장은 지난달 22일 오사카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한국 시장 공략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세계 30여 개국에 진출한 글리코가 정작 이웃 나라 한국에 진출하는 데는 91년이나 걸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글리코사는 해태와 6대 4의 지분으로 ‘글리코해태’를 설립하고 최근 한국에 스틱형 과자 ‘포키’를 출시했다. 포키는 67년 글리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틱형 과자로 전 세계에서 연간 5억 케이스씩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1년 중 스틱형 초코과자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리는 날인 11월 11일을 앞두고 원조 업체가 한국을 공략하는 셈이다.

오사카 중심가인 도톤보리에 설치된 글리코 광고판. 78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며 오사카 명물이 됐다.

그는 한국 시장 진출에 시간이 걸린 이유로 한국 과자 시장의 독특함을 꼽았다. 그는 “일본에서는 제조사가 도매상에 물건을 건네주면 업무가 끝인 데 비해 한국에서는 제조사가 직접 소매점까지 전달해주는 유통 방식을 갖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외국계 과자 회사에는 유통망이 없다는 점이 진입장벽이 됐다는 뜻이다.

해태와 손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경쟁이 아니라 강점을 합해 ‘2 곱하기 2는 5’가 되는 사업을 하는 것은 글리코의 DNA”라고 설명했다. 실제 오사카에 있는 글리코 박물관에 들어서면 벽면에 걸린 창업자 어록이 눈길을 끈다. ‘당연한 것을 해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2 곱하기 2는 4가 아니라 5나 6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라’는 문구다. 스틱 제품 히트작이 없는 해태에 글리코는 제조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대신 해태는 대형마트는 물론 소매상에까지 전달하는 유통망을 제공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

에자키 사장은 “한국 소비자와 일본 소비자의 입맛이 비슷해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글리코 제품들은 한국에서도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리코는 과자뿐 아니라 아이스크림·요구르트·우유·푸딩·카레 등에서 스테디셀러가 많은 회사로 유명하다. 그는 “포키의 한국 출시는 시작일 뿐”이라며 “아이스크림·카레 등 히트상품들을 잇따라 한국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구당 인원 수가 줄고 있어 대용량 포장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 제품보다 고품질, 소용량화 기술이 뛰어난 글리코 제품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자업체의 성장 전망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이 모두 저출산에 시달리고 있지만 전체 인구수가 줄지 않는 한 성장성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전 연령층을 상대로 세대별 입맛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에 좋은 과자’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맛을 통해 건강에 기여한다’는 글리코의 창업 철학은 세월이 갈수록 더 유효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 글리코사의 창업 제품인 ‘글리코’는 굴에 들어 있는 글리코겐 성분을 뽑아 캐러멜로 만들었다. 두 번째 제품인 ‘비스코’도 효모를 넣은 영양과자로 만들어 주부들의 호응을 얻었다. 에자키 사장은 “칼로리를 낮춘 아이스크림, 충치를 예방해주는 껌처럼 글리코가 오랜 시간 연구해 만든 건강 식품 노하우를 한국 시장에도 하나씩 펼쳐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글리코는
● 창립 : 1922년 2월 11일
● 매출 : 2930억 엔(지난해 연결실적 기준)
● 종업원 수 : 4928명
● 당기 순이익 : 32억 8000만 엔
● 주요 상품 : 포키, 글리코, 비스코, 프리츠, 뿌칭 푸딩,자이언트 콘, 2단 숙카레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