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하면 치매로 악화할 수도…숨기지 말고 조기에 진단·치료해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우울증은 10명 중 2~3명이 겪을 정도로 매우 흔하다.

이런 우울증은 평소 기분을 가라앉히거나 매사에 관심과 의욕을 떨어뜨린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거나 기운이 없고, 소화가 잘되지 않아 가슴이 답답한 상태 등의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하는 것도 노년기 우울증의 주요 특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인은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배우자한테조차 내색하지 않는다. 평생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거나 본인의 감정 상태에 대해 표현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울감이 생겼다면 절대 숨기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더욱이 노년기 우울증을 방치하면 자칫 배우자한테도 옮겨갈 수 있어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22일 미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의학저널(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의 배우자가 일반 배우자에 견줘 우울증을 앓을 위험이 3.9배 높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전국 11개 대학병원에서 956쌍의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부부간 공유하는 우울증 위험 요인을 탐색하고, 부부 중 한 명이 우울증일 때 배우자에게 우울증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노인 부부 중 한 사람이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 배우자가 우울증을 앓을 위험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89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배우자의 우울증 위험도(2~3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처럼 우울증이 배우자에게 옮겨간 노인 부부들은 평소 과량의 음주력, 운동량 부족, 낮은 사회적 지지, 만성질환 부담, 낮은 인지기능점수 등에서 위험 요인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도 낮은 사회 정서적 지지, 만성질환 부담, 인지장애는 배우자에게 우울증이 옮겨갈 위험의 3분의 1을 매개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지원 교수는 "그간 우울증 환자의 배우자 역시 우울증 위험이 어느 정도 높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노인 부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부족했다"면서 "부부가 공유하고 있는 우울증 위험 요인의 식별 및 개입을 통해 노인 우울증 환자의 배우자가 가진 우울증 위험도를 낮춤으로써 노인 우울증의 사회적 부담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년기 우울증은 보통 20~30대 젊은 나이에 우울증이 발생해 나이 들어서까지 지속되는 '조발성 우울증'과 젊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가 중년 이후 우울증이 발생하는 '만발성 우울증'으로 나뉜다.

문제가 되는 건 전체 노인의 약 10~20%에서 이런 우울증이 흔하게 나타나는데도 치료받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더욱이 노년기 우울증을 방치하면 치매로 악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뇌의 퇴행성 변화가 동반됐을 가능성이 높은 우울증은 인지 기능 이상 여부를 꾸준히 관찰해야 한다.

김기웅 교수는 "노년기 우울증은 항우울제 등의 약물로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만큼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다"면서 "대부분의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적고 다른 약물과 함께 사용해도 안전하기 때문에 고령이라도 대부분 불편함 없이 복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하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