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모로부터 기증받은 모유 절반 정도가 폐렴 바이러스 일종인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cytomegalovirus)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는 전 세계인 70%가량이 보유한 흔한 바이러스지만 임산부가 감염되면 신생아 소두증과 유산, 간 질환,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기증된 모유는 저온 살균 처리한 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할 때 오염도는 이보다 훨씬 낮다. 1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정성훈 교수팀은 이 병원 모유은행에 8년간(2008∼2015년) 기증된 모유 1724건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확인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국내 대학병원 중 유일하게 모유은행을 운영 중이다. 지난 8년간 이 병원에 한 번 이상 모유를 기증한 산모는 916명(평균 1.9회)이었다. 기증받은 모유량은 1만820리터(ℓ)이고, 그중 9542ℓ가 가공 처리됐다. 기증된 모유는 신생아 836명과 성인 25명에게 제공됐다. 모유를 기증한 전체 여성 62.3%는 전업주부, 37.7%는 직장인과 학생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 인천 같은 수도권이 전체 71.3%를 차지했다. 모유은행은 기증받은 모유를 62.5도 열로 30분을 열을 가하는 저온 살균 처리했다. 에이즈 바이러스와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와 세균 오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다. 모유은행 측이 저온 살균한 모유 1173건을 검사한 결과 이중 148건(12.6%)에서 세균이 나왔다.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는 모유은행이 검사한 모유 427건 중 224건(52.5%)에서 검출됐다. 이는 저온으로 살균 처리하기 전 모유의 검사 결과다. 정 교수는 "다른 국가는 모유 세균 검사를 저온으로 살균 처리한 전후에 하지만 국내에선 처리 후에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태어난 영아는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에 면역이 강하다"며 "반면 임신 32주 이전에 태어난 조숙아(이른둥이), 초저체중아는 간 장애나 패혈증 유사 증후군 같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덧붙였다. 모유은행에 모유 제공을 요청하는 첫 번째 이유는 '아이가 미숙아여서'라는 대답이 48.5%로 절반에 육박했다. 모유를 제공받는 신생아 절반이 세균과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에 취약한 미숙아인 셈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영문 학술지(JKMS) 최근호에 실렸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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