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0분 넘으면 사망위험이 2배로 높아질 수 있다는 국내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잠이 부족해 장기간 피로가 누적되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악영향이 나타난다는 점은 널리 알려졌지만, 잠에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게 새롭게 알려진 것. 신철 고려대 의대 인간게놈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3757명을 대상으로 18년 동안 추적‧관찰 연구를 진행한 결과,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사망위험 사이에 이 같은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5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 건강 장수'(Lancet Healthy Longevity)’ 최신호에 게재됐다. 잠은 우리 삶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겉으로 봤을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몸 안에서는 체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복잡하고 역동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잠을 잘 때 우리의 몸은 낮 동안 소모되고 손상된 세포의 기능을 회복하고, 생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저장하는 과정을 거친다. 잠을 자는 동안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뇌신경 청소 시스템인 ‘글림프체계(Glymphatic System)’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피로를 회복할 뿐 아니라 뇌‧심혈관‧위장관‧호흡‧면역‧내분비‧대사‧성기능 등의 생체 기능이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만성적인 수면부족은 비만‧심장병‧당뇨병‧치매‧우울증 등 심각한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신체면역기능 이상 ▲자율신경계 이상 ▲호르몬 변화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다만 잠이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부족했다. 연구팀은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는 40~69세 3757명을 18년 동안 추적‧관찰했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들이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을 ‘수면 잠복기’로 정의하고, 16~30분을 기준으로 지난 1달 동안 30분 이내에 잠이 들지 못한 경우가 1~2번인 ‘간헐적 지연 그룹’과 일주일에 1번 이상 60분 이내에 잠들지 못하거나 일주일에 3번 이상 30분 이내에 잠들지 못한 ‘습관적 지연 그룹’으로 나눠 사망위험을 비교했다. 그 결과 간헐적 지연 그룹과 습관적 지연 그룹의 사망위험은 일반적인 이들과 비교했을 때 각각 1.33배, 2.22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인구통계학적 특성 ▲신체적 특성 ▲생활 습관 ▲만성질환 등의 변수를 모두 보정한 결과다. 특히 습관적 지연 그룹의 경우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같은 비교 조건에서 2.74배로 상승했다. 연구팀은 수면 잠복기가 길어지는 덴 불면증‧우울증‧약물복용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로 인한 ▲과(過)각성 반응 ▲스트레스 반응의 만성화 ▲염증 반등 등이 사망위험을 높이는 데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연구팀은 수면 잠복기 연장이 뇌에서 분비되는 수면리듬 조절 생체호르몬인 멜라토닌의 결핍을 불러 암 사망 위험을 높이는 데 잠재적인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국내 대규모 인구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를 통해 수면 잠복기와 사망률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며 “성인의 경우 통상 10~20분인 수면 잠복기가 습관적으로 늦어지면 충분한 수면주기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만성적인 수면장애는 물론 사망과 암 위험도 높일 수 있는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하 ⇒ 원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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