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20㎡(약 6평)짜리 사무실을 월세 10만원에 빌려 시작했지만 목표는 질병 진단 분야 '글로벌 톱 10'이었다. 2000년 들어 '벤처 붐'이 일면서 '묻지 마 투자'가 밀려 들어왔다. 최 대표는 "IMF 외환 위기도 견뎌낸 데다 현직 교수라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투자금은 20억원에 달했다. 직원도 28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좀처럼 시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2004년 투자금이 바닥났고 직원 20명을 정리해고해야 했다. 창업 멤버 등 8명이 남았지만 1년간 월급도 주지 못했다. 최 대표의 일과는 회사를 인수할 기업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는 "직원이자 제자인 아이들이 참고 견뎌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창업 10년 만에 첫 매출이 났다. 2007년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를 개발한 대형 제약 회사가 고객 선물용으로 바디텍메드의 전립선암 진단 키트 100만달러(약 10억7000만원)어치를 사겠다고 한 것이다. 최 대표는 밀렸던 직원 월급을 두 배로 갚았다. 이후 바디텍메드는 연평균 38%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면서 미국·중국 등 전 세계 95국에 질병 진단 키트를 수출하고 있다. 작년 매출 530억원(추정치) 중 95%가 수출이다. 영업이익은 70억원 정도다.
바디텍메드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이다. 2016년 3월 대변 잠혈 검사(FOB), 임신 진단 검사(hCG), 감염성 질환 진단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미국 이뮤노스틱스를 168억원에 인수했다. 그해 중국 난닝에는 현지 생산 공장을 세웠다.
작년에는 상하이에 중국 기업과 합자회사를 만들었다. 최 대표는 "바이오 제품은 해외에서 인허가를 취득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며 "최대한 현지화해 4~5년 걸릴 인허가 과정을 1~2년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최 대표가 주목하고 있는 핵심 시장이다. 중국은 의사들이 의료 행위를 하지 않으면 치료비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한다는 것. 그는 "대기오염 심화와 두 자녀 정책 등으로 인해 매년 체외 진단 시장 성장률이 25%에 이를 정도로 유망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미 2012년 중국 현장 진단 검사 분야에서 영국 기업 엑시스쉴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활발한 R&D(연구·개발) 투자도 성장 동력 중 하나다. 최 대표는 창업 후 단 한 해도 대학 수업과 논문 작성을 빼먹지 않을 정도의 '연구광'이다. 춘천 본사 직원 300명 중 90명이 연구 인력이다. 한림대와 강원대 출신 지역 인재가 주를 이룬다. 학기마다 15학점씩 강의를 해오던 최 대표는 작년부터 객원교수로 물러나 3학점만 수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방학 기간에만 중국·미국 등 해외 출장을 다녔는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2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고, 20년 내 매출 1조원을 올리는 '진단 업계 글로벌 톱 10' 목표를 꼭 이루겠습니다." 최 대표는 공장 출입용 위생 가운도 벗지 않은 채 곧바로 본사를 방문한 우즈베키스탄 바이어를 만나러 갔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