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가 결합하는 인체수용체를 모방한 미끼
동물실험에 이어 인체 조직서도 차단 효능 확인돼 상용화 기대
백신에 이어 코로나 감염을 원천 차단할 또 다른 신무기가 등장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로 착각하도록 유인하는 미끼다. 동물실험에 이어 인체 조직에서도 효능이 확인돼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의 대니얼 배틀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4일 미국 화학회가 발간하는 ‘화학 정보와 모델링 저널’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결합하는 인체 수용체를 모방한 미끼로 감염을 차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돌기 형태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호흡기 표면 ACE2 수용체에 결합하고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항체 치료제는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 결합해 세포 침투를 막는 원리다. 백신은 인체에서 미리 항체를 유도해 바이러스 감염을 차단한다. 배틀 교수는 항체 대신 ACE2 수용체를 모방한 미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인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먼저 쥐의 유전자를 변형해 사람 ACE2 수용체가 생기도록 했다. 원래 쥐는 사람과 ACE2 수용체가 달라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다. 이 쥐에게 ACE2를 모방한 미끼를 투여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포 표면의 진짜 ACE2 대신 미끼에 결합했다. 그 결과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바이러스가 줄면서 호흡기 감염 증상이 중증에서 치료 가능한 수준으로 호전됐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끼 치료제는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일리노이대의 에릭 프로코 교수는 지난달 4일 사이언스에 사람의 호흡기 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ACE2 미끼로 코로나 감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ACE2 돌연변이 수천 가지 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가장 잘 결합하는 형태를 골라 미끼 모델로 삼았다. 그 결과 미끼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실제 ACE2 수용체보다 50배나 더 잘 결합했다.
미끼는 항체보다 제조가 쉽고 단가도 낮다. 변이 바이러스에도 강하다. 프로코 교수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려면 무조건 ACE 수용체에 결합해야 하는 만큼 변이가 나와도 실제 ACE2와 같은 미끼에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하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