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에는 우리나라에 도착한 것을 가장 먼저 반겨주는 비글 종의 강아지가 있다. '마치'라는 이름의 이 강아지는 귀엽게 생겨 입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는 계속 입국자들의 여행가방에 코를 대고 킁킁거린다. 마치가 한 입국자 앞에 가만히 멈춰 서자, 검역원이 나타나 가방 검사를 한다. 가방 속에는 열대과일 망고가 한가득 있다. 망고 같은 과일은 해충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입이 금지된 물품이다. 귀엽게만 보이는 마치는 바로 공항 검역을 담당하고 있다.

공항에는 마치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두 마리 더 있다. 이 '삼총사'는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역대 최고의 검역탐지견 '데니'의 복제견이다.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은 2010년 은퇴한 데니의 귀에서 세포를 떼내 올해 1월 강아지 3마리를 복제했다. 삼총사는 9개월의 훈련을 거쳐 공항에 배치됐다. 특수검역과 김홍범 교관은 "삼총사는 아직 돌도 안 됐지만 기존 탐지견보다 탐지율이 30% 이상 높다"며 자랑했다.

마치처럼 검역은 물론이고 마약탐지, 인명구조 등에 쓰이는 특수목적견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고 있다. 맹인안내견이나 암 세포 냄새를 맡는 암 탐지견 등 민간 수요까지 고려하면 수십만에서 수백만 마리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1400여 마리의 특수목적견을 보유하고 있다.

보통 특수목적견 한 마리의 훈련 기간은 1년이 넘고, 시험 통과율도 25%에 불과하다. 태어나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투입되는 비용은 1억3000만 원에 이른다. 더구나 특수목적견은 대부분 어릴 때 중성화 수술을 해 자연적으로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근 특수목적견의 자질을 갖고 태어난 개들을 생산하기 위해 '복제'가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 복제 기술을 보유한 우리나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수한 형질을 그대로 복제한 개는 훈련 성공률이 85%를 넘고 훈련 기간까지 단축할 수 있어 훈련 비용이 3분의 1로 줄어든다.

현재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행정안전부와 특수목적견이 필요한 부처(국방부·군견, 농림수산식품부와 관세청·검역탐지견, 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인명구조견 및 탐지견)가 공동으로 특수목적견 복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까지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농진청은 이병천 교수팀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올해 7월 인명구조견 2마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 초기 단계라 수정란을 대리모견에게 이식했을 때 새끼를 낳을 성공률이 10% 정도에 그치지만 앞으로 3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농진청 동물바이오공학과 김동훈 연구사는 "특수목적견에 적합한 성품을 찾는 유전자 기술과 개의 유전병을 사전에 확인하는 기술까지 함께 개발하고 있어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도 특수목적견 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암연구원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25개 품종 340여 마리의 개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복제 성공률도 개를 자연 교배시켜 새끼를 얻을 확률과 비슷한 60%에 육박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특수목적견이 급하게 필요한 일부 정부 부처는 수암 측에 개 복제를 의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09년 제주지방경찰청은 복제한 인명구조견을 전달받았다. 신태영 수암연구원 부원장은 "내년까지 정부의 특수목적견 16마리를 복제할 예정"이라며 "최근에는 외국 정부에서도 특수목적견 복제 의뢰가 들어온다"고 덧붙였다.(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