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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타] 불안한 개와 우울한 고릴라? 동물도 정신질환 앓는다 등록일 14-06-11
글쓴이 앞선넷 조회 323



털이 북실북실하고 눈은 갈색인 버니즈 마운틴 견종인 우리 애견 ‘올리버’ 얘기다. 우리 부부는 여행 중이었고 올리버를 대신 봐주던 사람은 잠시 외출 중이었다. 혼자 남겨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올리버는 겁에 질린 나머지 탈출을 시도했던 것 같다. 올리버가 주방 창문 근처에서 아마도 배회하고 있었을 무렵, 에어컨 장치를 치우고 스크린에 구멍을 뚫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텐데도 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보통때 같았으면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집은 브라운스톤 3층에 있었고, 올리버는 16m 아래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우리 올리버에게는 다른 문제도 있었다. 올리버는 파리가 눈에 보이면 덥석 물었으며 비닐백이나 핸드타월처럼 먹을 수 없는 물질도 먹었다. 올리버는 또 닥스훈트나 테리어를 보면 털로 덮인 애피타이저라도 되는 듯 달려들었고, 상처가 날 때까지 강박적으로 자신의 몸을 핥았다.

그로부터 2년 후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나게 된 우리 부부는 올리버를 사육장에 맡겼다. 그때쯤에는 올리버를 믿고 맡길 만한 친구네가 더는 남아있지 않았다. 극심한 공포에 질린 올리버는 목재로 만든 사육장 문을 먹으려다가 심각한 복통을 얻었다. 예후는 좋지 않았다. 우리는 전화 통화로 올리버를 그만 놓아주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올리버를 잃은 것만큼이나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사실은, 인간만 정신적인 고통을 겪는 게 아니라는 교훈을 올리버가 가르쳐줬다는 점이다. 영혼이 있는 모든 동물은 영혼을 다칠 수 있다. 사랑 받지 못했거나 학대 받을 때 동물의 영혼은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원인이 그것 하나만은 아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이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원인도 언제나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울하거나 불안한 고릴라, 강박 장애를 앓는 말, 집착하는 웜뱃, 자해하는 돌고래 그리고 치매를 앓는 개들도 있다.

정신 질환에 걸릴 만큼 약하지만 회복력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동물들이 존재한다. 발륨(신경 안정제)과 프로작(항우울제)부터 행동 교정 훈련까지, 나는 미국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시도해볼 만한 모든 방법을 올리버에게 시도해봤다. 하지만 끝내 올리버를 살릴 수 없었다. 그런데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동물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보스턴 소재 브리검 앤 위민스 병원 소속 정신과 전문의인 마이클 머프슨 박사는 시립 프랭클린 파크 동물원의 고릴라들을 치료했다.

“초진을 해보니 고릴라들도 인간처럼 고통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말을 나눠보지 않아도 눈을 들여다보고, 안색을 살펴보고, 자세를 보면 알 수 있다.”

머프슨 박사는 기분장애를 앓는 고릴라에게 항우울제와 항정신병 약물을 투여하면 약효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수의사 동료와 함께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여러 동물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기관 가운데 절반가량이 고릴라에게 할로페리돌, 발륨, 졸로프트, 아티반을 준다고 답했다. 그는 발모벽(강박적으로 털을 뽑는 병)과 식분증(대변을 먹는 병)을 앓는 다른 동물원의 유인원을 치료했다. 그는 인간 환자와 마찬가지로 병을 앓는 유인원에 항우울제를 처방하고 사육사들에게 유인원의 일과와 환경을 바꿔주라고 제안했다.

항우울제는 압디에게도 도움이 됐다. 수컷 불곰인 압디는 1992년 터키 산속에서 태어났다. 압디가 새끼였을 때 어미는 사냥꾼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 사냥꾼들은 어미 잃은 압디를 키웠다. 압디는 2년 동안 짧은 사슬에 묶여 햇빛과 폭우,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 채 실외에서 살았다. 압디는 이후 8년 동안은 오두막 안의 우리에서 살았다. 시멘트 바닥 우리에서 압디는 지붕의 작은 틈을 통해서만 햇빛을 볼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먹이를 던져줬지만 우리를 청소해주지도 않았고 압디를 밖으로 내보내주지도 않았다.

이 상태로 10년 넘게 지낸 압디를 터키 야생 곰 보호협회가 구출해 협회 시설로 데려갔다. 사육사들은 압디가 다른 곰과 어울리게 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압디는 다른 곰을 보기만 해도 공포에 떨면서 자기 공간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

사육사들은 다른 곰을 볼 수는 있지만 물리적으로 접촉할 필요는 없는 작은 사육장으로 압디를 옮겼다. 6개월이 지났는데도 압디는 여전히 다른 곰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보다 더 걱정스러웠던 점은, 압디가 온종일 좁은 공간에서 끊임없이 서성거린다는 사실이었다.

협회는 압디에게 항우울제를 처방하기로 결정했다. 6개월 동안 매일 아침, 압디가 제일 좋아하는 건포도빵에 약을 넣어서 줬다. 한 달, 두 달이 흐르면서 서성이는 증세는 서서히 호전됐다. 약을 완전히 끊게 하는 데에는 두세 주가 걸렸다. 협회는 건강이 회복된 압디를 다른 곰 28마리와 함께 지내는, 큰 사육장으로 데려갔다.

10년이 지난 현재, 압디는 건강하게 잘 지낸다. 최근 협회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서신을 보내왔다.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거친 끝에야 압디는 비로소 소속감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가 압디의 아픈 기억을 완전히 지워줄 수는 없지만, 압디는 이제 자신이 무리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

때로 영혼을 다친 동물을 치료해줄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는 다른 동물이다. 지난 25년 동안 마리넬 해리먼은 토끼 수백 마리를 구조해서 회복시켰다. 마리넬 해리먼은 ‘제프티’라는 8살 된 토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암컷 배우자를 암으로 떠나 보낸 제프티는 자신의 털을 강박적으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제프티의 몸 여기저기에 털 빠진 자국이 생겼다. 수의사는 제프티의 위장 안에 커다란 털 뭉치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마리넬 해리먼은 제프티가 털을 뜯어먹는 증세를 치료해주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제프티처럼 배우자를 잃은, 10살 난 토끼를 소개해줬다. 토끼 두 마리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비비며 애정을 표현했다. 며칠 지나자, 제프티는 털을 뜯지 않게 됐다. 제프티의 위장에서 털 뭉치를 제거하는 수술을 하려던 마리넬 해리먼은 수술을 취소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종이 아니더라도 동물은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경주마들은 몹시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경향이 있다. 경주마들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경주마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함께 두는 동물로는 염소, 양, 토끼, 당나귀, 수탉, 돼지, 고양이, 원숭이 등을 들 수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정신건강이 유사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우리는 동물을 의인화하는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투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시각으로 동물의 경험이나 동기를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동물의 시각으로 동물의 행동과 감정을 최대한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반려동물의 경우, 이 원칙을 어떻게 적용하면 될까? 어떤 손님이 집에 놀러왔을 때 내가 키우는 고양이의 시각에서는 그 손님이 어떻게 보일지 곰곰히 생각해본다. 몸이 좀 힘들어도 애견이 좋아하는 산책 코스를 데려간다. 햄스터에게 숨을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준다. 다른 거북이를 괴롭히는 거북이는 수족관에서 꺼낸다.

전문가들은 애완동물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극복하게 도와주는 일은 몹시 힘들다고 말한다. 올리버가 나에게 가르쳐준 교훈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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