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번만 값 정하는 원유 가격 연동제 때문
올 4월 분유(粉乳) 재고량(18만5856t)이 2003년 6월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낙농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작년 4월과 비교해 50% 넘게 분유 재고가 급증한 주범은 치솟는 원유(原乳) 생산량이다.
전국의 원유 총 생산량은 올 3월에 19만4326t을 기록했다. 2008년 5월 이후 가장 많았다. 4월에는 19만2261t을 기록하며 작년 4월 대비 5.5% 늘었다. 기온이 예년보다 상승해 젖소 집유량(集乳量)이 많아지고 사료 가격 하락으로 젖소 마릿수가 늘어나는 바람에 원유 생산량은 더 늘고 있다.
분유는 유가공 제품을 만든 뒤 남은 우유를 말려 제조한다. 문제는 원유 생산량과 분유 재고량이 기록적으로 많아도 우유 가격은 불변(不變)이란 점이다. 매년 8월 한 차례 원유 가격을 정한 뒤 1년간 이를 따르도록 한 '원유 가격 연동제'가 지난해 도입된 탓이다.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업체에 우유 납품을 늘리고 대형마트 우유 가격을 깎는 등 소비 촉진 마케팅을 벌여도 우유 폭증 현상을 잠재우는 데는 역부족이다.
한 유가공 기업 관계자는 "원유 가격을 정하는 8월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원유 대란(大亂)' 사태를 막으려면 불합리한 구조를 고쳐 시장 논리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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