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퀸스랜드대학 그렌 킹(Glenn King) 교수 연구진이 해충에는 효과적이지만 꿀벌처럼 유익한 곤충이나 사람에겐 해가 없는 새로운 생물학적 살충제(biopesticides)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새로운 생물학적 살충제는 거미독(spider venom)과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합쳐서 만든 새로운 조합단백질(fusion protein)의 일종으로 종자식물 수술에서 암술머리로 꽃가루를 옮겨 붙이는 수분 매개체 역할을 하는 꿀벌 같은 곤충에는 독성이 없어서 합성살충제를 대신할 안전한 대체살충제 개발에 청신호가 될 전망이다.

해충관리는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살충제 등 농약의 사용은 농산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DDT나 유기인계 합성살충제(organophosphates)는 농작물에 대한 보호 효과는 우수하지만 비용 및 농작물의 안전성 면에서는 부정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이들 합성살충제 효과의 대상이 불특정했기 때문이다. 즉 합성살충제의 독성이 농작물에 문제를 일으키는 해충뿐만 아니라 인간과 유익한 곤충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약 제조업자들은 특정 해충에 대해 특이적 선택성을 나타내는 합성살충제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피레스로이드 계열(pyrethroids),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neonicotinoid) 합성살충제는 특정 해충에 대한 선택성이 우수해 전 세계 살충제 시장을 이미 장악하고 있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합성살충제는 곤충에는 매우 선택적으로 작용해 효과적이고 포유류 같은 고등동물에겐 독성이 매우 낮아서 전 세계 살충제 시장의 24%를 석권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에서 꿀벌의 개체수 감소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합성살충제 3종의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를 계기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분 매개곤충에 영향을 주지 않고 농작물 보호 효과는 우수한 생물학적 살충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동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거나 먹이를 사냥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독(toxin)’도 생물학적 살충제로서 활용가치가 높은 물질이다. 몇 년 전 킹 교수 연구진은 호주 깔대기그물거미(Australian funnel web spider Hadronyche versuta)의 독에서 특정 곤충의 신경세포에 존재하는 칼슘이온채널(calcium ion channels; CaV)에 치명적 손상을 일으키는 펩타이드(peptide; ω-hexatoxin-Hv1a)를 발견했다. 곤충의 경우 칼슘이온채널에 대한 보호 기작이 정교하게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살충제 개발을 위한 공격 표적으로 매우 유용하다.

연구진은 펩타이드에 식물에서 추출한 `렉틴(lectin)`을 합쳐서 포유류 동물에 해가 없는 조합단백질을 만들었다. 렉틴은 위장관 벽을 통과해 특정 물질을 전달하는 수송체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생물학적 살충제 활성을 나타내는 새로운 조합단백질에 꿀벌을 고농도로 노출시킨 후 그 영향을 조사했다. 꿀벌의 학습 및 기억력은 물론이고 집단 먹이활동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사용이 금지된 네오니코티노이드와 달리 새로운 조합단백질에서 별다른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새로운 조합단백질이 꿀벌의 신경막 칼슘이온채널에는 손상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의 이번 연구 성과는 생물의 독을 이용해서 친생태학적이고 유익한 곤충에게 보다 안전한 생물학적 살충제 개발에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출 처 : http://www.rsc.org/chemistryworld/2014/06/funnel-web-spider-venom-pesticide-harmless-honeybees-neonicotinoids (GT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