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존재하는 많은 세균들은 일부 곰팡이나 다른 세균이 생성하는 천연 항생물질에 대한 대응으로, 저절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보유하게 된다. 한편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항생제는 인간과 동물의 감염증을 치료하거나 가축의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 투여되는데, "소(牛)나 기타 가축에게 항생제를 투여한 다음, 그들로부터 나온 퇴비를 토양에 뿌리면 항생제 내성 세균의 증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설사 가축에게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았더라도, 퇴비 자체가 항생제 내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한다. 퇴비가 항생제 내성을 초래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PNAS 10월 6일호에 실린 이번 논문은 "농업에서의 항생제 사용과 항생제 내성 세균 간의 복잡한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

퇴비는 토양 속에 서식하는 세균총의 구성을 변화시키므로, 예일 대학교의 조 한델스만 교수(미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퇴비가 토양 속 세균의 약물 저항성에도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진은 토양 샘플을 질소비료와 (항생제를 일절 투여하지 않은 소에게서 나온) 퇴비 중 하나로 처리했다. 연구진은 비료나 퇴비를 사용하기 전후에 토양세균의 구성을 검사하여, 베타락타마제(β-lactamases: 페니실린 계열의 항생제를 파괴하는 효소)를 코딩하는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2주 후, 퇴비를 뿌린 토양에서는 질소비료를 뿌린 토양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베타락타마제 생성세균이 검출되었다. 그런데 항생재 내성세균의 유전적 표지를 추적한 결과, 이 세균들은 퇴비가 아닌 토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는 "퇴비가 세균에게 영양분을 공급하거나 경쟁세균을 제거해 줌으로써, 토양 세균의 증식을 도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퇴비는 특히 슈도모나스(Pseudomonas)종에게 유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퇴비가 항생제 내성세균의 증식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퇴비 속에 포함된 특정 영양소나 중금속이 항생제 내성세균의 증식을 초래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왜냐하면 베타락타마제를 보유한 세균은 금속에 저항성을 띠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조만간 이 가설을 검증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모든 행동은 자연생태계나 공중보건에 예기치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고 워싱턴 대학교의 가우탐 단타스 교수(미생물학)는 논평했다.

가축에 대한 항생제 과잉사용이 임상적인 항생제 내성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미국 정부는 지난 9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 의학적으로 중요한 항생제를 가축들에게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하지는 않았다(http://www.nature.com/doifinder/10.1038/nature.2014.15962). 그러나 퇴비로 인해 세균구성이 바뀐 토양에 항생제를 쏟아부을 경우, 항생제 내성을 악화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번 연구는 농민들이 항생제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일깨워 줬다"고 단타스 교수는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질소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하는 유기농 기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껏 유기농이라는 이름 하에 항생제 내성세균을 키워 왔는지도 모른다. "질소비료는 무조건 나쁘고 퇴비는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 전에, 각각의 장단점을 신중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단타스 교수는 말했다.
출 처 : http://www.nature.com/news/manure-fertilizer-increases-antibiotic-resistance-1.16081 (KIS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