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부 케냐에서 코끼리가 밀림에서 나와 밀렵꾼의 표적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을과의 경계에 코끼리가 싫어하는 꿀벌 벌집이 든 상자를 설치하고 코끼리의 이동을 제한해 보호를 꾀하는 독특한 시도가 이뤄졌다. 이는 일본인 수의사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부산물로 얻어지는 벌꿀은 지역 주민의 수입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관계자는 ‘일석이조의 대책’이라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코끼리는 벌에게 민감한 콧속을 쏘이는 것을 두려워해 꿀벌의 날개 소리를 피하고 동료에게 우는 소리로 위험을 알리는 습성이 있다.
케냐 남서부 마사이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관리하는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수의사인 다키타 아스카(滝田明日香,39) 씨는 코끼리의 이런 습성에 주목했다. 다키타 씨는 꿀벌의 벌집이 든 상자를 사람이 사는 마을과 숲 경계에 놓으면 코끼리가 미궁처럼 깊은 숲 속에 머무르게 되어 밀렵꾼들이 노리기 어려워 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엔 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밀렵 피해를 당하는 코끼리는 연간 2만~2만 5천 마리에 달하며 그에 따라 개체 수 감소가 심각해지고 있다. 중국과 태국 등 아시아에서 상아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 배경으로 보여진다.
8월부터 시험적으로 벌집이 든 상자를 설치했으며 이후 수백 개 규모로 증설할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지역 주민에게 코끼리 보호의 중요성을 이해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코끼리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 나타나 갑자기 난동을 부리거나 밭을 황폐하게 하는 등 ‘해로운 짐승’의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이마라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과 인접한 숲에 가까운 마을에 사는 레마 랑거스 씨(27)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부러져 폭풍이 지나간 다음처럼 어지럽혀진 연두색 초원을 바라보며 “전부 코끼리의 짓”이라고 괴로운 듯이 말했다.
마을에서는 올 여름 새롭게 경작한 밭이 코끼리에 의해 망가졌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코끼리 발에 차여 큰 부상을 입은 사람도 있다. 랑거스 씨는 “모두가 코끼리에게 생활을 위협 받고 있다. 야생동물의 보호가 중요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이라고 털어놓았다.
코끼리의 마을 출몰은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귀중한 수입원인 목탄의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삼림벌채를 진행한 결과 코끼리의 보금자리가 줄어들게 되었다는 사정도 있다.
다키타 씨는 “꿀이 수입원이 될 수 있다면 벌채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밭을 망가뜨려도 다른 수입원이 있다면 코끼리를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들의 생각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