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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중국] 버스 정류장을 슬쩍 옮겨놓는 중국 주민들 등록일 14-10-17
글쓴이 앞선넷 조회 167



문제의 84번 버스 정류소 안내표지판이 있던 자리에는 뻥 뚫린 구멍이 남아 있다.

인구 3,000명이 사는 중국 허난성 중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 ‘샤오줘’에는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다.

그런데 올해 7월 30일에 이 마을에 황당한 소동이 일어났다. 마을 어귀에 있던 84번 버스 정류소 안내 표지판이 서쪽으로 200m 옮겨진 것이다. 콘크리트를 파내서 표지판을 새로 꽂은 흔적이 뚜렷했다.

햇볕이 내리쬐는 도로 저쪽 아래에 예전 표지판이 있던 자리에는 뻥 뚫린 구멍이 남아 있었다.

정류소 표지판이 옮겨진 사건은 이 마을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버스 정류소를 이리저리 옮기는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버스 정류소가 가까울수록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들끼리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84번 버스를 운전하는 기사 한 명은 파릇파릇한 옥수숫대가 펼쳐진 풍경을 지나가며 이렇게 말했다.

“주민들이 정류소 표지판을 옮기지 못하게 말리기가 힘들다. 밤낮으로 감시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누군가 정류소 표지판을 옮기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막을 방도가 없다.”

중국에서 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들은 손님들의 왕래를 늘리기 위해 정류소가 조금이라도 상점 가까이에 있기를 원하는 영세상인들이 표지판 좀도둑이 된다고 설명했다. 버스를 타기 위해서 멀리까지 걷지 않기 위해서 옮겨놓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현상이 중국 전역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발생하는가에 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다. 84번 버스를 운영하는 허난성 회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정류장이 바뀌었다는 민원이 1년이면 몇 차례씩 접수된다고 한다. 이 회사는 버스 정류장 표지판 이전에 관한 규정을 따로 마련해두지 않았다.

정류장 표지판 바꿔치기는 허난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둥성에서는 노인 4명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단지 앞에 버스 정류장 표지판을 가져다놓다가 적발됐다. 안후이성에서는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정류장 안내 표지판을 가져다 놓고 난 후 한바탕 난리가 일어났다.

지난해 저장성에서 새로운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가 생기자, 신이 난 주민들은 자기 편리한 대로 정류장을 바꿔놨다. 버스 회사는 관영 매체를 통해 그 같은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2011년 중국 당국은 지방 정부나 민간 단체가 무허가 요금소를 설치해서 기사들에게 통행료 바가지를 씌우지 못하게 하자는 전국적 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했다.

버스 정류장을 바꿔놓는 것은 특히 민감한 사안이다. 중국은 고속철도와 지하철 건설에 거액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14억 인구 가운데 많은 국민들, 특히 농촌 주민들에게 버스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남아있다.

중국 언론은 84번 버스 정류장을 주민들이 임의로 바꿔놓은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중국 종합일간지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버스 정류장 안내표지판을 편의대로 이전한 행위를 통렬히 비판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임의로 정류장 안내 표지판을 옮겨놓는 행위는) 정상적인 대중교통 운행을 방해하고 (정류장이 바뀐 줄 모르고 정류소에서) 기다리던 승객들이 버스에 탑승하지 못하는 불편을 초래한다. 비난 받아 마땅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취재한 결과 샤오줘 마을에서 정류장 표지판을 옮겨놓은 범인은 인근 ‘게당’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3명으로 밝혀졌다.

과자와 음료수를 판매하는 소박한 상점 앞에서 게당 마을 주민인 바오린헤는 새로 옮겨진 버스 정류장을 손가락으로 열심히 가리켰다. 그는 다른 주민 2명의 도움을 받아 표지판을 옮겼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를 타러 예전보다 먼 길을 걸어가는 것에 지쳐서 정류장 표지판을 옮겨놨다고 시인했다. 원래 84번 버스는 샤오줘 마을과 게당 마을의 중간에 섰었단다.

그는 샤오줘 마을에는 버스 정류장이 2개씩이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류장 2개 중에 1개를 게당 마을 쪽으로 옮기는 것이 합리적일 뿐만 아니라 원래 정류소 이름 자체도 ‘게당 마을’이라고 역설했다. 바오린헤는 이렇게 말했다.

“벌건 대낮에 옮겼다. 오전 11시 무렵이었다. 우리가 표지판을 옮기는 것을 본 사람들이 많았다.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는 대화에 끼기 위해 쭈빗쭈빗 다가오는 할머니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저 할머니 보이나? 이제 어르신들이 버스를 타려고 먼 길을 걸을 필요가 없다.”

할머니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샤오줘 마을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게당 마을에 산다는 진 모 씨는 “아무나 버스 정류장을 이리저리 옮기면 세상은 무질서해지지 않겠나”라고 반박했다.

4주가 지난 지금도 버스 회사는 표지판을 원래 있던 자리로 옮겨놓지 않았다. 기사들은 고집스럽게 기존 정류장에서 버스를 세웠다. 이로 인해 혼란이 야기된 것은 당연지사다.

매미 우는 소리가 귀청을 날카롭게 때리는 어느 무더운 날, 외지인으로 보이는 사람 3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곳이 정류장이 아닌 줄도 모르고 표지판이 세워진 자리에서 이제나 저제나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린 아이를 안은 엄마도 있었다.

드디어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버스를 기다리던 3명이 손을 마구 휘졌는데도 불구하고 야속한 버스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휭 가버렸다. 일행은 버스를 향해 마구 달려갔지만 결국 버스는 멈추지 않았다.

샤오줘에 거주하는 팡치옹얀(17세)은 “외지인들은 옮겨진 표지판을 보고 그곳이 정류장인 줄 안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의심할 수 없는 멀쩡한 표지판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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