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용 중인 ‘왕·특·대·중·소란’..정부, 국제 표준 전환 움직임
난각에 ‘1+, 1, 2등급’ 직접 표기도
업계, 추가 비용·소비자 혼란에, ‘등급란’ 변경 ‘일반란’ 확대 우려
의견수렴 등 없이 강행도 문제..잇따라 성명 “단체행동 불사”
계란(등급란)의 중량규격 변경 계획이 알려지면서, 산란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를 강행하려다 논란과 혼선을 거듭한 끝에 2년간 유예를 결정한 이후, 또 다시 일방적으로 관련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산란업계는 ‘등급란’의 중량규격 변경이 ‘일반란’으로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르면 10월경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가칭)’을 통해 현재 사용 중인 계란 중량규격(왕란·특란·대란·중란·소란)을 국제 표준 방식(XXL·XL·L·M·S)으로 전환하고, 난각에는 ‘판정’ 대신 ‘1+, 1, 2등급’을 표기하는 제도 변경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 명칭이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고, 난각 표시가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농식품부 축산유통팀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알기 쉽게 중량규격을 국제 표준 방식으로 변경할 예정이며, 법적으로 등급란만 해당된다.
현재 등급란의 시장 점유율은 7% 정도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난각 등급 판정의 경우 1등급 계란에 사육환경번호 4번이 찍혀 있는 경우가 많아 헷갈려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그래서 여건이 되는 사업장은 포장 전에 난각에 직접 등급을 표기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산란업계는 이번 조치가 계란산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존 중량규격에 맞춘 생산·포장·판매 시스템이 확립돼 있는 상황에서, 포장재 교체와 유통 안내 수정, 소비자 홍보 등 추가 비용과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산란업계 관계자는 “등급란만 적용된다고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면 대형마트에서 일반란의 중량규격을 바꾸라고 할 것이고, 그러면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그동안 여러 차례 반대 입장을 밝혀왔는데, 농식품부가 사육면적 확대에 이어 또 다시 강행하려고 한다. 이제는 산란농가와 관련업계를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청회 등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공청회를 한 번도 개최하지 않고, 일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계란 중량규격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산업 종사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제도를 강행한다면 계란산업 종사자 일동은 정부 정책에 대한 전면적 반대와 단체행동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역시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일방적 추진보다는 생산자, 유통업계, 소비자, 학계 등이 함께 참여하는 공청회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하다면 시범사업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계란산업 관련 업계와 연대해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산란업계와 소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축산유통팀 관계자는 “이번 중량규격 변경이 ‘축산물 유통구조 개선 방안’에 포함된 건 맞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면서 “산란업계의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추가로 의견수렴을 거쳐 오해하는 부분이 없도록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계란 중량규격은 1970년대부터 제도화됐고,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면서 현재의 기준(왕란 68g 이상, 특란 60~67g, 대란 52~59g, 중란 44~51g, 소란 44g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하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