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럽 의회 선거, 미국은 대선..친환경 정책 기조 변화 계기될 듯

친환경 비용 감당 어려운 현실 속..EU 그린딜 반대 우파 우세 점쳐져

미국 트럼프, 바이든 녹색 정책 비판

국내 환경 정책 국제적 추세 반영..韓 농업 분야 정책 변화될지 주목

금과옥조의 가치로 여겨지던 탄소 중립이 도전받고 있다.

세계 선거의 해인 올해가 세계적인 환경 정책 기조 변화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2024년 산업통상 주요 이슈 분석과 우리의 대응 방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주요국의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주요 선거 결과와 관련, 탄소 중립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의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의회 선거와 미국 대선 이후 탄소 중립 관련 정책이 리더십의 보수화로 인해 추진 속도가 이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실제 이 같은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과 친환경의 선봉에 섰던 유럽연합은 이미 지난해부터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네덜란드에서 신생 정당인 농민시민운동당(BBB)이 총선에서 상원 제1당이 된 것은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사건 중 하나다. BBB는 질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축 수를 1/3 줄이려는 정부에 맞서 시위를 주도해왔던 정당이다.

독일 우익 대중주의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도 같은 맥락에서 급부상했다. 독일 정부가 재생에너지 난방 의무화를 추진하는데 대한 독일 국민들의 반감이 중요한 밑거름이 된 것이다.

세계 최초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던 스웨덴 정부는 올해 유류세를 인하하며 탄소 중립 정책의 속도 조절에 나섰다. 바로 고물가 때문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치솟은 에너지, 식량 가격에 허덕이는 유럽 시민들에게 친환경‧탄소중립은 실천하기에 너무 ‘비싼’ 가치였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더구나 축산업 등 농업분야에서는 생업에서 밀려나야 하는 위기로까지 치닫는 현실에 시민들이 반발하게 된 것이다. 최근 유럽 농민들의 잇단 시위에는 유럽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이 중요한 도화선이 됐다.

올 6월 의회 선거를 앞둔 유럽은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최근 휴경의무 폐지를 비롯해 환경 정책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6월 유럽의회가 새롭게 구성되는데 여기서 ‘그린딜’에 반대하는 우파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당선 시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던 탄소 중립 및 기후변화 정책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공화당은 주요 정책을 담은 ‘프로젝트 2025’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보면 공화당은 미국의 에너지 위기가 자원 부족이 아닌 과도한 녹색 정책 때문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이에 환경‧기후대응 전략보다 석유 및 천연가스 사용 확대 등 에너지 안보와 공급에 중점을 두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세계적으로 그동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오던 탄소 중립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기후 변화와 탄소 중립의 문제는 그동안 국제적 추세가 국내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따라서 올해 유럽, 미국의 선거 결과와 그에 따른 탄소 중립 정책 기조의 변화가 한국의 탄소 중립 관련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이 하 ⇒ 원문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