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현장 속으로 > Honey Bee on the NS
국방과학연구소가 1990년대 초 개발한 40㎜ 중구경 함포의 이름은 ‘노봉’이다. 장수말벌을 뜻하는 노봉(露蜂)에서 따왔다. 말벌의 ‘말’은 ‘큰’이라는 뜻의 접두사. 장수말벌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말벌로 어른 새끼손가락만하다.
꿀벌은 한 번 침을 쏘면 죽지만, 노봉은 여러 번 쏴도 죽지 않는다. 침 길이가 6㎜나 돼 많은 양의 독액을 주입한다. 말벌, 사마귀는 물론 새와 야생동물도 공격하는 사냥 곤충이다. 성묘 때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40㎜ 함포 명칭도 적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라는 뜻에서 노봉이라 지었다.
말벌은 가을로 접어들기 전인 이 맘 때가 가장 위험하다. 산란기여서 활동이 왕성하고 독성도 강한 탓이다. 말벌은 꿀벌보다 독의 양이 15배나 많다. 장수말벌의 독성은 일반말벌의 2~4배. 장수말벌에 한 번 쏘이면 꿀벌 40~50마리에게 쏘인 수준의 독이 몸에 들어오는 셈이다.
오랜 폭염과 마른 장마로 개체 수도 급증했다. 지난 달 119 구조대원들이 벌집을 제거하러 출동한 건수는 7만2,272건으로 전년 동월(3만5,378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올해에만 벌써 10명이 말벌에 쏘여 숨졌다.
최근엔 동남아에서 건너온 아열대종 등검은말벌이 가세했다.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됐을 때만 해도 국내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탓에 연간 10~20㎞의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이 말벌은 꿀벌을 집중적으로 잡아먹는다. 세계에서 벌통 밀도가 가장 높은 우리 양봉농가에는 치명적이다. 도시 환경에도 잘 적응해 아파트 학교 오피스빌딩 등 도처에 출몰하고 있다. 도심에서 발견되는 대형 말벌의 80%를 점하며 둥지가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떼지어 사람을 공격한다.
정부가 추석연휴 기간 말벌주의보를 내렸다.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여왕벌 산란 전 유인트랩을 설치해 증식을 억제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말벌은 검은색과 짙은 갈색에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천적인 오소리 두꺼비 등이 어둡거나 검은 빛깔인 탓이다. 벌초나 성묘 때는 밝은 색 옷을 입고 자극적인 화장품 사용을 피해야 한다. 말벌은 시속 40~50㎞의 빠른 속도로 덤비지만 달아나는 사람을 계속 추격하진 않는다.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머리를 감싼 채 36계 줄행랑을 놓는 게 최선이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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