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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바다마다 낚싯배·산마다 벌통… 문어는 귀해지고 꿀은 말라간다 등록일 2023.06.26 05:22
글쓴이 앞선넷 조회 30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 조선을 찾은 외국인들이 남긴 사진과 기록을 보면 특징적인 것 가운데 하나는 민둥산이다.

 

조선의 민둥산은 산림 자원 관리 실패를 상징하는 결과였다. 산에 있는 나무는 먼저 베어가는 사람 것이라는 논리가 횡행함에 따라 누구도 산을 가꾸지는 않고 베어 간 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의 함선을 크기에서 압도했던 조선 배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졌다. 해안에서 배를 만들 나무가 없어졌기 때문에 오래된 배들을 해체하여 만들면서 작은 배가 되어간 것이다.

 

한정된 산림 자원을 약탈적으로 이용한 결과는 잦은 산사태와 하천의 토사 퇴적에 따른 농업 기반 붕괴였다.

 

산에 있는 나무는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인식을 바꿔놓기는 쉽지 않았다.

 

근대화된 국가 권력이 나서 온갖 강압적 수단을 50년 이상 총동원한 끝에 겨우 우리 산은 푸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21세기인 지금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지만 이러한 약탈적 남획과 이용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바다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를 둘러싼 문제가 커지고 있다.

 

바다낚시의 대표적 어종 가운데 하나는 문어다. 대문어라 부르는 동해안 문어는 다 자라면 20~50kg까지 나가며, 남해의 문어는 참문어라 부르는데 3~5kg 정도까지 자란다.

 

대문어는 10kg이 넘어야 알을 낳을 수 있다 보니 생애 딱 한 번 산란하는 셈이다. 대문어는 400g 이하만 잡지 못하도록 규제해 놓았고, 참문어는 제한이 없다. 대문어나 참문어 모두 잡아들이는 수량도 제한이 없다.

 

이렇다 보니 금어기가 풀리는 순간부터 수백 척이 몰려들어 말 그대로 싹쓸이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지난 202279일 금어기가 풀린 삼천포 앞바다에는 채낚기 어선과 낚싯배가 2374회 출항해 장관을 이루었다.

 

경남 사천시 추산에 따르면 이 가운데 80%가 문어잡이 배였다. 낚싯배가 몰리는 주말이 지나고 나면 어획량이 뚝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어민과 낚시인들 사이의 갈등은 커져 간다.

 

20224월에는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400척 가까운 어선이 낚싯배들을 둘러싸고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주꾸미도 마찬가지다. 낚싯배 한 척에서 주꾸미를 최고 100kg까지 잡는 일도 생기자 전업 어업인이 잡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이 낚시로 잡힌다는 분석도 있다.

 

강원도에서 베데미라 부르는 몸길이 20cm 이하 어린 감성돔은 포획 금지 대상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이런 베데미를 선상 낚시로 수십 마리씩 잡아들이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안 잡으면 다른 누군가가 잡아갈 것이라는 생각에 경쟁적 남획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육지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몇 년 전부터 꿀벌이 줄어들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나온다.

 

꿀벌 감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급격한 온도 변화, 응애와 같은 해충의 확산 등 여러 원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관련 통계를 들여다보면 기묘한 모습이 드러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벌통당 평균 벌꿀 생산량은 13.7kg인데 이는 중국의 51.8kg은 물론 뉴질랜드(25.4kg), 미국(21.3kg)보다 한참 적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꿀벌이 게을러서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인은 지나치게 높은 사육 밀도다.

 

국토 면적을 기준으로 하였을 때 우리의 벌통은 121.79개인데 미국(0.27), 중국(0.98), 뉴질랜드(3.01)보다 훨씬 많다.

 

지나치게 많은 벌을 키우다 보니 벌들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하고 과도한 경쟁에 내몰리면서 취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양봉은 다른 축산업에 비해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 않아 노후 생계 수단으로 정년퇴직자들이 진입하고 있지만 정작 꿀벌의 먹이가 되는 꿀샘 식물 조성과 관리는 누구도 챙기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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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제가 생기면 우리는 반사적으로 국가의 개입과 규제 그리고 지원을 요구한다. 그리고 상호 비난으로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

 

어업 문제는 규제 확대를 요구하고, 양봉 문제에는 지자체의 꿀샘 식물 식재와 같은 지원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전업 어업인들은 총허용어획량제도(TAC)와 같은 어획량 관리 등 규제를 받고 있음을 들어 낚시인들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낚시인들은 어업 활동이 남획과 해양 폐기물 발생의 원인이라고 비난하면서 맞서고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데는 관련 주체들의 자발적 노력이 제일 효과적이다.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를 취합하고, 자원을 적절하게 관리할 방안을 찾으며, 행동을 자율적으로 규제할 지침을 만들고 상호 준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협회를 비롯한 여러 대표성을 갖춘 단체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하고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러한 자율적 체제가 작동하지 않는다. 모두가 ()’을 쳐다보고 자기 뜻과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면 반발하고 거부할 뿐이다.

 

이해 당사자 간 자율적 합의와 존중이 없는 상황에서 자유방임에 따른 남획과 투기가 횡행하거나 과도한 규제가 옥죄는 극과 극 상황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노력과 투쟁으로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민주화를 달성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정치권력 차원의 민주화를 제외한 일상의 민주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바다 위의 빼곡한 낚싯배와 산자락의 벌통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하 원문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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