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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꿀벌이 살충제 들어 간 꿀을 먹는 까닭은 등록일 2015.05.13 04:05
글쓴이 앞선넷 조회 552

꿀벌 넷 중 한 마리 사라진 원인, 니코틴 성분 살충제로 추정돼
니코틴은 꽃가루받이 촉진하나 벌이 살충 성분 구분 못해 피해 줘
꽃은 공존 위해 꿀에 毒 섞는데 인간은 치명적 무기로 악용해

1962년 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이철 카슨은 저서 '침묵의 봄'에서 살충제(殺蟲劑)의 남용으로 머지않아 봄이 와도 새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반백 년이 지난 지금, 새 소리에 앞서 꿀벌의 날갯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2006년 이후 미국과 유럽·호주·대만 등에서 꿀벌이 4마리 중 한 마리꼴로 종적을 감추기 시작한 것이다. 벌들은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

단서는 전국적으로 봄꽃 축제가 한창이던 지난달 22일 나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살충제가 벌들의 실종에 관여했음을 입증하는 논문 두 편이 실린 것이다. 벌들이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라는 성분의 살충제에 끌리며, 이로 인해 번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개체 수가 줄어든다는 내용이었다. 카슨의 경고 그대로인 셈이다.

그동안 벌들이 줄어든 이유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구온난화, 바이러스, 곰팡이, 농약, 심지어 휴대폰 전자파도 용의 선상에 올랐다. 그중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살충제였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의 살충제는 사람에게는 해가 없고 곤충 같은 무척추동물만 죽여 최근 큰 인기를 끌었다. 유럽연합은 2013년 네오니코티노이드 살충제 사용을 2년간 금지했다. 미국도 8개 도시에서 이 살충제 사용을 금지했다.

농약 제조사는 당장 반발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은 쓴맛을 낸다. 농약사들은 꿀벌도 맛을 느끼므로 이 성분이 녹아 있는 꿀은 먹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뉴캐슬대의 제럴딘 라이트 교수 연구진은 네오니코티노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꿀과 순수한 꿀을 벌들에게 주고 미각 신경세포의 작용을 알아봤다. 네이처 논문에 따르면 농약사 주장과 달리 벌의 미각 신경세포는 둘을 구분하지 못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네이처에 실린 두 번째 논문은 스웨덴 연구진의 야외 실험 결과였다. 연구진은 캐놀라 꽃밭 16개 중 절반에는 살충제를 뿌리고 절반은 그대로 두고 꽃밭을 찾은 벌의 상태를 분석했다. 살충제가 뿌려진 꽃밭을 찾은 벌들은 번식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군집 성장이 더뎌졌다. 살충제의 혐의가 과학 수사로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벌들이 오히려 살충제 성분이 있는 꿀을 선호한다는 것이었다. 뉴캐슬대 실험에서 뒤영벌은 네오니코티노이드가 있는 꿀을 순수 꿀보다 40% 더 선호했다. 꿀벌은 살충제 꿀을 15% 더 좋아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담배의 니코틴과 화학적으로 비슷한 물질이다. 뉴캐슬대 연구진은 "네오니코티노이드가 몸에 들어가면 벌은 몽롱한 상태가 될 것"이라며 "사람이 담배 니코틴에 중독되듯 벌도 네오니코티노이드에 끌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벌의 살충제 탐닉은 꽃과 벌 사이에 인간이 잘못 끼어든 결과이다. 식물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꿀에 니코틴과 같은 극미량의 독(毒)을 섞으면 벌이 꽃가루받이를 더 잘할 수 있음을 터득했다. 일례로 담배나무는 해충을 쫓기 위해 니코틴을 분비한다. 이 과정에서 니코틴이 꿀에도 녹아든다. 그러면 꽃가루받이를 해줄 벌마저 쫓아버릴 수 있다. 담배나무는 이 딜레마를 꽃가루받이를 높이는 새로운 전략으로 승화시켰다. 바로 '당근과 채찍'이다.

담배나무의 꿀에는 좋은 향기를 내는 벤질아세톤이라는 물질도 들어 있다. 벌을 유인하는 당근인 셈이다. 니코틴은 채찍이다. 니코틴은 향기에 홀려 꽃을 찾은 벌이 오래 머물지 않게 한다. 그래야 꿀이 쉽게 바닥나지 않아 더 많은 벌을 유인할 수 있다. 이미 벌은 식물이 채찍으로 삼는 니코틴에 익숙해졌다. 이스라엘 하이파대 연구진은 꿀벌은 순수 꿀보다 자연 상태의 농도만큼 니코틴이 들어 있는 꿀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니코틴에 이미 익숙해진 벌에게 비슷한 성분의 살충제가 등장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식물은 다양한 독을 꿀에 섞어 꽃가루받이 효율을 높인다. 2013년 뉴캐슬대 라이트 교수는 '사이언스'지에 카페인이 든 꿀을 먹은 벌이 순수 꿀을 먹었을 때보다 꽃향기를 더 잘 기억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폴란드 연구진은 벌이 카페인 꿀이 있는 꽃에 더 많은 꽃가루를 옮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흑해 연안에 자라는 진달래속(屬) 꽃들의 꿀에는 '그레이아노톡신(grayanotoxin)'이라는 독이 들어 있다. 독은 곤충들을 쫓아낸다. 오로지 꽃가루받이를 돕는 뒤영벌만 문제가 없다. 진달래속 식물은 꽃이 크고 꿀을 안쪽에 숨기고 있어 몸집이 크고 털이 많은 뒤영벌만 꽃가루받이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레이아노톡신은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알려졌다.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장군인 크세노폰은 '페르시아 원정기'에서 기원전 401년 페르시아 원정에서 돌아오던 그리스군이 흑해 근처 지금의 터키 동북지방에서 꿀을 훔쳐 먹고 집단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는 기록을 남겼다. 독이 든 꿀은 나중에 화학무기로 발전했다. 기원전 65년 폼페이우스가 이끄는 로마군이 흑해 근처에서 적군이 갖다둔 현지 꿀을 먹고 기력이 빠졌는데 나중에 적군이 돌아와 로마군 1000여명을 죽였다는 기록이 있다. 946년 키예프의 올가 여왕이 이끄는 군대도 적군에게 그레이아노톡신이 든 꿀술을 먹여 정신을 빠지게 한 다음 5000여명을 도륙했다. 자연에서 더불어 사는 지혜보다는 남을 짓밟는 무기를 먼저 배우는 인간 앞에서 벌들이 벌벌 떨고 있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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