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중부지역 벌꿀 수확기 실태조사 결과

일교차 극심…저온현상 여파 유밀량 감소

따뜻한 봄에 양봉농가에 불어 닥친 한파가 심상치 않다. 한창 꿀을 수확해야 할 시기에 이상저온 현상으로 꿀 수확은 고사하고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말경 이동양봉 농가들은 꿀벌집단 폐사에 따른 그동안의 고통을 감내하며 조금이나마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자 아까시벌꿀 생산 1차 지역인 남부권으로 향했다.

이동양봉 지역에 도착한 농가들은 현장에서 정리채밀을 마치고 아까시나무꽃이 만개하기만을 학수고대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유밀기간에 접어들면서 때 아닌 비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3일간 지속된 강한 비바람과 이상저온 현상은 아까시나무꽃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꿀 분비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벌꿀 생산에 큰 차질을 빚게 되자 농가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하늘만 바라보며 긴 한숨만 토해냈다. 가뜩이나 꿀벌집단 폐사 및 소멸 피해로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도 조금이나마 희망을 품고 먼 길을 떠나온 이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더군다나 만개한 아까시나무꽃은 하루가 다르게 꽃잎이 말라가는 냉해 피해가 속출했다. 결국 1 차 지역에서 올해 첫 수확의 기쁨 을 누리지 못한 농가들은 서둘러 2 차 지역인 중부권으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양봉산업발전협의회는 남부권에 이어 지난 8일 중부권 중심인 세종시 인근에서 현장 실태조사를 이어 실시했다. 이날 현장에는 이상재 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장과 윤화현 한국양봉협회장, 김용래 양봉농협 조합장, 민관합동 조사단 및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민관합동 조사단은 이날 첫 일정으로 황협주 전 양봉협회장이 운영 중인 이동양봉장과 인근 임재붕 (양봉농협 조합원) 농가를 찾았다. 조사 요원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아까시나무꽃 개화 상태와 아까시벌꿀 유밀 정도를 점검하고, 이어 꿀벌 질병 진단과 함께 응애 밀도 등을 확인했다.

다행히도 이날 실태조사 대상 농가에서는 꿀벌 질병과 응애류는 발견되지 않았다. 황협주 전 회장과 임재붕 농가는 각각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120여 벌통을 채밀 주력군(계상 기준)으로 편성해 60통씩 두 곳으로 분산시켜 채밀에 주력하고 있다.

1~2차지까지 2번 채밀한 결과, 한 말이 부족한 총 6드럼을 생산했다고 한다. 특히 올해는 다른 해와 달리 꽃 개화 시기가 같은 지역에서도 편차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산악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아까시나무꽃들이 동시 개화한 탓에 꿀을 수확하는 일수도 그만큼 짧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부권에서 아까시꿀을 채밀하고, 다시 남부지역으로 내려가야 하는 웃지 못 할 진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업농가의 경우 1~2차지까지 2번 채밀한 결과, 20개 벌통(계상을 기준)으로 2번에 걸쳐 1드럼(388kg) 정도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경력이 적거나 꿀벌 세력이 약한 농가들은 50~60개 벌통에서 한 드럼 정도 생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못 미치는 생산량으로 올해 천연꿀 생산량은 흉작을 면치 못할 것으로 양봉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날 윤화현 회장과 김용래 조합장은 “최근 낮은 아침 기온이 수일째 지속되면서 천연꿀 유밀에 큰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며 “그나마 비가 내리지 않는 중부권에 기대해 보지만, 중부권마저도 저온 현상이 이어져 평년 작황은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 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편, 민관합동 조사단은 두팀으로 나뉘어 지난 11~12일 경북 안동·예천·영덕·영양에 이어 15~16일 상주, 충북 보은과 16~18일 경기도 이천·화성, 16~17일 강원도 철원, 16~17일 경기도 파주·연천 등에서 조사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이 하 ⇒ 원문 가기